석별_이성옥
이별은 쉬이 늙지 않을 슬픔이라는데
잘 가라는 말보다
잘 있으라는 말이
먼저 발등에 떨어지네
기약할 수 없는
멀고 먼 세월
눈 빠지도록 아득히 바라만 보는 고향
뒷동산엔 진달래와 산나리꽃
어린 시절 피어나고
입 안엔 침이 절로 고이던 산머루
눈물이 어려 맺혀도
부옇게 흐려지는 망막에
반짝이는 개똥벌레의 꿈
만남은 곧 늙어버릴 기쁨이라는데
잘 있으라는 말보다
잘 가라는 말이
뱃고동 소리를 닮아 슬퍼진다고 말하기도 전에
저만큼 멀어져가네
건너갈 수 없는
깊고 깊은 세월
언제쯤이면 풀피리 불며 불며
염소 몰며 논두렁에 얹혀볼거나
나싱개와 씀바귀 바구니 가득 담아
고향 노래 부르며 밭고랑을 걸어 볼거나
낯선 이국 살이
겹겹이 옷을 입어도
석별은
잘 있으라는 말보다 더 추운 눈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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