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가장 위대하고 불쌍한 "산업화 세대"

gsurae@gmail.com 2013.06.15 22:08 조회 수 :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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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을 일제강점기 하에 보냈다.


학교에서 일본식 이름을 부여받고 일본어로 교육 받는다.


오로지 배우는 내용은 일제에 대한 찬양, 조선에 대한 비하 뿐.


나라를 빼앗긴 슬픔과 결여된 자주의식 속에 학창시절을 마치자 곧 광복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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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찾은 조국, 더 이상 일본식 이름과 일본어를 쓸 필요가 없다.


당당히 한국이름과 한국말을 쓰며 자랑스럽게 대한민국만세를 외칠 수 있다.


그러나 이 행복감도 잠시, 6.25전쟁이 발발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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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징병되어 전장에 투입됐다.


가족들은 잘 있을까? 친구들은 잘 있을까? 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요즘 시대엔 펜을 잡고 술 마실 나이.


그들은 총을 잡고 두려움에 떨면서 처절하게 항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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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찾아온 평화


청춘을 피비린내 속에서 전부 보냈다.


하지만 청춘을 잃었다는 슬픔은 전혀 안느껴진다.


살아남았다는 것이 중요하고 가족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반드시 친구들과 가족들 전부가 나처럼 살아남길 기도하며 고향에 돌아온다.


'제발 모두 살아남아라' 몇번이나 되뇌이며 고향에 도착했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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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들이 죽었다. 학창 시절, 평생 우정을 다짐했던 친구들이 싸늘한 시체로 있다.


항상 미소지으며 살았던 친구 어머님께서 오열하신다.


너무 슬프다.


슬슬 가족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발걸음이 커진다.


하지만 내 앞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가족들의 따뜻한 웃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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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형이 죽었다. 항상 나부터 챙겨줬던 다정다감한 우리 형도 죽었다.


동생들은 아예 행방불명되어 찾을 수 조차 없단다.


허탈하고 눈물밖에 안나온다.


전쟁이 밉다. 전쟁을 일으킨 북괴새끼들이 증오스럽다.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 희망도 없고 웃음도 없다.


온 마을에선 절망과 오열이 가득찼고, 더 이상 예전의 희망찬 모습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찾아온 사랑.


함께할 동반자를 만났고 키울 아이가 생겻다.


이제 책임감이 막중해졌다. 부디 내 아이와 내 아내만이라도 행복하게 살게 해주고싶다.


하지만 내 앞에 놓인 현실은 당장 하루 끼니를 해결할 방법조차 없을 뿐.


일자리도 없고 일용할 양식도 없다.


가족을 부양하지 못한 죄책감이 나를 괴롭힌다. 하지만 곧 기회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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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운동"


예전의 절망과 슬픔은 떨쳐버리고 희망이 가득한 "새마을"을 건설하자.


희망찬 노래가 여기저기 퍼졌고, 새로운 일자리도 부여받았다.


비록 고된 일로 피로에 쪄들어있지만 이상하게 온 몸이 가볍고 힘이 쏟아지는 기분이다.


사랑하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오늘도 열심히 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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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청년은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 월남전쟁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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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는 독일 간호사로 파견나가 시체를 닦았고


일부는 광산에서 열심히 석탄을 캔다.


타지 생활이 너무 힘들고 서러워서 눈물이 나다가도,


부양해야 할 가족만 생각나면 꿋꿋이 마음을 다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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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고속도로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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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소에서 뜨거운 쇳물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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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풍년이 생겨 보릿고개에서 탈출했다.


행복의 연속이다. 희망따위 바라는게 사치였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오히려 반대가 되었다.


희망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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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비린내 가득헀던 곳은 이제 빌딩들이 차지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대한민국이 자랑스럽고 이를 이룩한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


이런 기회를 주신 박정희 대통령께도 감사하다.


자식은 잘 자라서 대학에 갔고, 결혼하여 손주까지 낳았다.


자식 뒷바라지와 결혼자금을 보태주고나니 빈털털이.


거기다 거울을 보니 주름이 가득한 얼굴이 나타난다.


찾아오지 않을 것만 같은 노인기에 접어든 것이다.


더 이상 일자리도 존재하지 않고 어떻게 해야할까 막막함 속에 우연히 6.25 유공자를 지정받으면 매달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소문을 전해듣는다.


그 소리를 듣고 다행스러움과 자부심 속에 지하철에 나간다.


그리고 노약자석 앞에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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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노약자석엔 젊은 사람들이 앚아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노인공경이 뭔지 모르나싶다가도


애써 어딘가 다친 곳이 있다는 생각속에 그냥 서서 간다.


그리고 구청에 도착해 당당히 6.25전쟁 참전용사임을 알리며 그에 따른 보상을 신청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혜택은 실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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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에 끽해야 10~20만원만 받을 수 있단다.


나보다 젊은 이들은 민주화 유공자라는 하에 엄청난 혜택을 받았지만, 정작 조국에 헌신한 나에게는 별로 보상이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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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어죽을 수는 없기에 폐지줍기, 스티커붙이기같은 일을 통해서라도 돈을 번다.


그리고 '인터넷'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인터넷을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다고 들었다.


노인들은 무료로 컴퓨터 교육받을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신청한다.


그리고 곧 인터넷을 배워 요즘 세대들은 어떻게 사나 궁금해서 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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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인터넷에서는 전부 우리를 욕하는 글이 가득하다. 우리를 못배웠고, 덜떨어진 늙은이라고 무시한다.


우리를 위해 쓰는 세금이 아깝단다. 그리고 우리를 존중해줄 가치가 없다고 한다.


도대체 뭐지?


분명 내 자신은 조국을 위해 몸바쳐 일했고, 이런 일자리를 준 박정희 대통령을 감사할 뿐인데, 그들은 우리를 못배우고 무식해서 그런거라고 한다.


일제강점기를 겪고, 6.25전쟁을 겪었으며, 대한민국 산업화를 위해 인생을 전부 바쳤는데 한낱 무식한 노인으로 취급받는다.


서럽고 슬프다. 내 자신은 분명 조국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는데 아무도 우리를 알아 주지 않는다.


조국도, 후손들 아무도 우리를 알아 주지않는다.


쓸쓸함 속에서 내일 폐지주워야 할 생각이 번쩍 들어 결국 억지로 잠을 청한다.



출처 : http://www.ilbe.com/1416919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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